학습 피라미드... 정말 그런가?

생활과 심리학 2014. 2. 6. 10:09

미국의 NTL(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가 출처로 되어 있는 학습 피라미드(learning pyramid)입니다. 다른 말로는 경험의 원뿔(cone of experience)라고 합니다. 이 그림은 많은 이들이 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는 그림입니다. EBS에서 제작한 "왜 대학에 가는가?" 라는 다규멘터리에도 소개되어 학습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가 되었습니다. 정말 의심 없이 받아 들여야 할까요? 수동적 학습방법에 비하여 참여적 학습방법이 더 잘 기억된다는 것은 학문적인 관점 뿐만 아니라 개인적 경험으로 봐도 수긍이 가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의심이 가는 것은 숫자입니다. 5%, 10%... 그리고 90%까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숫자를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이 그림에 나온 숫자의 근거가 되는 연구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이 자료와 관련하여 검색을 하면 이 그림의 근거가 되는 경험적 연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Magennis and Farrell (2005)에 따르면  NTL에서는 이 피라미드가 정확한 것으로 믿고 있지만 이 수치를 지지하는 원 연구자료를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피라미드의 기원을 찾는다면  Edgar Dale(1946, 1954, 1966)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교육학에 시청각을 교육의 도입에 큰 영향을 미쳤던 Edgar Dale (1946)이 시청각 교육의 효율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피라미드 형태의 그림을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그가 제시한 것은 10가지로, 언어기호(Verbal Symbols), 시각기호(Visual Symbols), 라디오-녹음-그림(Radio – Recordings – Still Pictures), 동영상(Motion Pictures), 전시(Exhibits), 견학(Field Trips), 시범(Demonstrations), 극화된 경험(Dramatic Participation), 구성된 경험(Contrived  Experiences:모형, 실물, 표본), 그리고 직접적 목적적 경험(Direct, Purposeful Experiences) 등 이였습니다. 이후 1954년에 새 책에서는 약간의 수정된 것을 내 놓았고 1969년 내 놓은 3판에서는 Jerome Bruner(1966)의 지식의 표상양식인 세가지 즉 상징적 표상(symbolic representation), 영상적 표상(iconic representation), 그리고 행동적 표상(enactive representation)을 받아 들였습니다.   그는 언어기호와 시각기호를 상징적인 것으로, 라디오, 녹음, 사진, 영화, 텔레비젼을 영상적표상으로 그리고 전시, 견학, 시범, 극화된 경험, 그성된 경험 그리고 직접적 목적적 경험을 행동적 표상으로 보았습니다. 





Dale이 시청각 교육의 분야에서 아주 앞서가는 사람이였기 때문에 그가 쓴 책은 모두 20여년 이상 인기를 누렸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수많은 교육학과 학생과 교수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은 초등교육, 중등교육, 성인교육, 기업교육 뿐만 아니라 상담에까지 확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Dale의 이론에대하여 몇가지 비판도 있었고[각주:1],  Dale 역시 이 분류에 대하여 충분히 겸손한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그는 이 분류가 융통성이 없고 완고하게 구분된(rigid, inflexible divisions)(p. 37)  것으로 취급하는데는 반대하였으며, 위계적인 혹은 등위(hierarchy or rank order) (p. 47) 받아 들이지 않았으면 하였습니다. 대신 그는 우리가 받아 들일 수 있는 모든 경험(all the ways of experiencing)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심지어 1969년의 3판에서는 무려 6쪽 정도를 할애하여 개념이 잘못 사용(Some Possible Misconceptions)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피라미드를 분류를 하기 위한 기술적(descriptive)으로 사용하였지 학습계획을 위한 로드맵(road map for lesson planning) 과 같이 처방적(prescriptive)으로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책 중 이 피라미드에 대한 장의 마지막 요약 부분에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The cone, of course, is merely an aid to understanding this subject…something to help explain the relationship of the various types of sensory  materials...(p. 52).” 


다시말해 이해와 설명을 위해 즉 기술하기 위하여 위의 피라미드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처럼 피라미드의 숫자에 대한 근거가 되는 연구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피라미드는 그리 신뢰운 것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의 정도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라미드의 숫자도 의심스럽지만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순서도 바뀔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히 쓸모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심리학에서는 학습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인출실패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한 번 기억한  것은 저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몰라서 꺼내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집안 어디엔가 물건을 가져다 놓았지만 그게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여 찾지 못하는 것과 빗슷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만약 물건을 가져다 둘 때 그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할 만한 곳에 두었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특별한 사건이 있을 때 물건을 두었다면 예를 들어 서랍에 그 물건을 넣으려고 서랍을 여는데 서랍이 부서졌다면 그 물건을 둔 곳을 잃어버기는 어렵습니다. 학습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기억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억을 저장할 때 다양한 경로를 제공한다면 기억을 떠올리기가 더욱 쉬울 것입니다. 위에 제시된  활동들을 보면 기억이 잘된다고 표시된 것일 수록 풍부한 단서가 필요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습한 것을 나중에 잘 떠올리려면 그것 학습할 때 최대한 다양한 감각양식을 동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즈음 박지선이 개그 콘서트에서 누려라는 코너가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몸이 고생을 기억해요"라는 대사가 기억나실 겁니다. 학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학습한 것을 잘 오랬동안 기억히기 위해서는 "몸"이 기억 하도록 해야 합니다. 





위와 관련하여 학습방법에 따른 학습정도에 대한 최근의 심리학 연구는 John Dunlosky(2003) 등에 의해 진행된 것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 연구는 APS의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Bruner, J.S. (1966). Toward a theory of instruction. Cambridge, MA: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Dale, E. (1946) Audio-visual methods in teaching. New York: The Dryden Press. 

Dale, E. (1954) Audio-visual methods in teaching, revised edition. New York: A Holt-Dryden Book, Henry Holt and Company. 

Dale, E. (1969) Audiovisual methods in teaching, third edition. New York: The Dryden Press; Holt, Rinehart and Winston

Dunlosky, J.,  Rawson, K. A.,  Marsh, E. J.,  Nathan, M. J., and Willingham D. T(2003). Improving Students’ Learning With Effective Learning Techniques: Promising Directions From Cognitive and Educational Psychology. Psychological Science Public Interest, 14(1), 4-58.


Magennis, S. & Farrell, A. (2005) "Teaching and Learning Activities: expanding the repertoire to support student learning" in G O'Neill, S Moore and B McMullin Emerging Issues in the Practice of University Learning and Teaching, Dublin; All Ireland Society for Higher Education/Higher Education Authority

Molenda, M. (2003). "Cone of Experience". In A. Kovalchick & K. Dawson, Ed's, Educational Technology: An  Encyclopedia.  ABC-Clio, Santa Barbara, CA.


  1. 1. 매체에 담긴 메시지의 내용과 방식에 따라 학습자에게 주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한 교사 중심적 분류방식이다. 2. 교수-학습의 전 과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매체 활용에 중점을 둔다 3. 시청각 매체를 교수 보조물로 인식한다 4. 추상적 교재와 시청각적 교재의 활용을 통한 경험의 일반화를 강조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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