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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과 개혁의 그늘-사람을 배려한 개혁이 필요하다

생활과 심리학 2011. 6. 30. 16:44
변화과 개혁의 그늘-사람을 배려한 개혁이 필요하다 (2005/04/30 16:37 )

변화와 개혁의 그늘


개혁과 파격이 시대정신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민간기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변화가 어려웠던 정부기관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연공서열제의 붕괴, 직위공모제, 팀제와 같은 것은 이러한 변화의 한 가지 징후이다. 이러한 파격들은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정부부처 중 처음으로 팀제로 직제를 개편하였고 이 과정에서 팀의 구성원을 공개모집과 같은 형태로 선택하게 하였다. 외부에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팀원의 선택에서 사용된 방법은 가장 선호하는 팀원을 선택하는 것과 가장 선호하지 않는 팀원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팀원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체 대상자 720명 중 171명이 배치를 받지 못하였지만 협의를 통해서 모두 발령을 냈으나 사무관 5명과 서기관 1명 등 6명은 무보직 대기발령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충격적인 것은 각 팀에 정원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받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그 사람 없이 일을 하는 것이 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생산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팀에게 짐이 될 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로 본 것이다.

최근 이들에게 대기자발령자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가 있었다. 행정자치부에서 발표한 능력개발센터 운영안을 보면 사색과 재충전을 위한 휴가(1주일), 개인별 능력개발 계획과 진로구상(2주일), 전문능력 및 재취업 관련 교육이수(4주일), 개인별 연구과제 수행 및 보고서 작성(4주일), 보직발령 대비 실무준비(4주일)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퇴직후 재취업 교육과정 희망자에게는 1주일이내 교육과정으로 50만원 선의 교육비를 지원해 공인중개사반, 소자본 창업반, 귀농준비반에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와 함께 개인별 면담결과에 따라 재택근무 희망자는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퇴직을 원하면 본인의 의사를 존중,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민간기업에서 실시하는 명예퇴직 혹은 전직지원 프로그램과 동일한 것이다. 세부적인 프로그램의 내용을 알지 못해서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지만 제목만으로 볼 때 대부분이 인지적 능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개인이 받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정서적인 부분은 크게 고려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직을 받지 못한 이 여섯 명의 공무원은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들은 공개적인 방법으로 조직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민간회사에서는 자주 있는 일인데 공무원이라고 특별하게 해 주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공무원 문화를 고려해 볼 때 이런 경험은 전혀 준비되어 있던 것이 아니다. 또 조직의 구성원들에 의해서 거부되었다는 점은 민간회사에서 사장이 직원을 감원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고 더 큰 충격일 것이다. 누구나 하찮게 생각하던 일을 하면서 스스로도 “나 좀 잘라줘”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던 사람도 막상 해고통보를 받으면 상당한 충격을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개인이나 조직과의 관계에서 이처럼 노골적으로 거부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기업에서 해고를 하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이 그런 분위기가 있어도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도 많다.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 혹은 개인과 조직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다른 개인이나 조직으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이다. 일찍이 마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존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누면서 이것이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배고픔과 수면의 욕구와 자신이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면 바로 필요로 하는 것이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욕구이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보직을 받지 못한 여섯 공무원은 이러한 욕구가 좌절된 것이다. 이들은 아마 집단따돌림을 당한 청소년이 겪고 있는 심리적 상태를 경험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며 주위의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틀을 가지고 세상을 만나야 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 만나던 부담없이 만나던 상사나 동료 혹은 후배직원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에 대한 감정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들이 미소를 지어도 비웃음으로 보일지 모르며, 그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태로 위와 같은 프로그램을 받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대로 둔다면 이분들이 이 경험을 일생동안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지 모르며 이 경험은 신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퇴직과 전직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들의 받은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고 상처를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프로그램인 것이다.

앞으로 행정자치부의 팀제 도입성과여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팀제는 앞으로 다른 정부부처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런 과정에서 보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라도 나올 수 있다.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가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면 조직의 혁신을 통해서 성과를 내는 조직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효율성에 때문에 개인의 자존감을 파괴하고 영혼에 상처를 준다면 그것 또한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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