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6.30 밤비노의 저주와 심리학

밤비노의 저주와 심리학

생활과 심리학 2011. 6. 30. 16:27
밤비노의 저주와 심리학(2004/10/29 16:32)




요즈음(2004년) 미국에서는 보스턴 레드 삭스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큰 화제이다. 사실 이 팀은 1918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팀이였기 때문이다. 우승을 하지 못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 밤비노의 저주이다. 1986년 보스턴 레드 삭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였지만 뉴욕 메츠(양키즈가 아니라)에게 3승2패로 앞서가던 6차전에서 1루수 빌 버크너의 이해할 수 없는 알까기로 역전패를 에러 때문에 경기에 지게 되고 이것을 본 뉴욕 타임즈의 스포츠 기자였던 조지 벡시가 밤비노의 저주를 언급해서 유명해 진 것이다. 밤비노란 이탈리아어로 아기란 뜻으로 메이저 리그의 전설적인 타자였던 베이브 루스의 애칭이기도 했다(당시 보스턴에 많이 살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들이 베이브 루스의 이름에서 딴 애칭이다. 하지만 그의 덩치와 여성편력으로 보면 스탤론(종마)이 더 어울릴 것 같다) 1918년 월시리즈에서 우승한 보스턴 레드 삭스가 승리의 주역 이였던 밤비노 즉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즈로 현금을 받고 팔아넘기면서 밤비노의 저주가 생겨났다(兎死狗烹?)고 한다. 

실제로 보스턴 레드 삭스는 이번을 제외하고 1918년 이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네 번 모두 7차전까지 갔고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는 불운이 반복되어 왔다. 반복되는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 경기에서 이런 정도의 확률은 우연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4번 진출해서 모두 질 확률은 16분의 1밖에 안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프로야구를 보면 삼성은 나름대로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첫 번째 한국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고 22년을 한국시리즈에서 이기 못했지 않은가?
 

보스톤 레드 삭스의 경우는 이 팀을 응원했던 팬들이 너무나 억울한 것이다. 항상 결정적 일때 마다 양키즈가 발목을 잡고, 다 이긴 게임을 어이없는 실수로 놓치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딘가 원인을 찾고 싶은던 것이다. 원인을 여기다 돌려보고 저기다 돌려보고 해도 적당한 것을 찾을 수 없을 때 그것을 초 현실적인 것이 돌리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다. 이처럼 원인을 초현실적인 것에 돌리고 보니 대처 방식도 좀 황당해 질 수 밖에 없다. 저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보스톤 팬들의 가련한 노력은 베이브 루스의 손녀를 보스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로 극진히 초대해 시구를 하게하고 '밤비노의 저주 따윈 없다'는 내용의 연설을 공개적으로 하게 하였고, 베이브 루스가 연못에 홧김에 밀어 넣은 피아노가 저주의 씨앗이라고 신봉한 나머지 그 피아노를 찾기 위해 잠수부를 대대적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들으면 어디선가 비슷한 것을 본 느낌이 들지 않는가?  맞다! 이러한 행동의 원형은 부적, 굿, 푸닥거리와 같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도 이상하게 집안에서 좋지 않은 일이 반복되면 뭔가 원인을 찾으려 하고 마땅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 그것을 초현실적인 것 예를 들어 원혼이 들러 붙었다던가 혹은 터가 세다던가와 같은 곳에 돌리게 되며 그것에 맞는 처방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저주가 보스턴 레드 삭스 이외에도 다른 메이저 리그 구단에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염소의 저주’다. 작년도에 플로리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의 6차전에서 과중이 파울되는 타구를 모자로 잡는 바람에 다 이긴 게임을 놓쳐버리고 7차전에서도 쉽게 무너지고 만 사건은 이 저주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이 저주가 생긴 것은 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 애완 염소를 데리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 필드에 나타난 샘 지아니스라는 농부의 입장을 거절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농부는 ‘이 구장에서는 다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는 저주를 했다. 그 해 3승4패로 고배를 마신 시카고 컵스는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은커녕 진출조차 못했다.

시카고 컵스와 같은 도시인 시카고가 연고지인 화이트삭스 역시 ‘맨발의 저주(Shoeless Curse)’에 시달리고 있다 이 팀 역시 1917년에 우승을 한 후 지금까지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팬들은 우승을 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으려 했고 그것을 1919년에 있었던 승부조작 사건에 돌리고 있다. 당시 화이트 삭스는 선수의 연봉이 짜기로 유명하였는데 그 중 한 선수가 연봉에 불만을 품고 자신이 잘 알고 있던 도박사와 모의를 해서 한 수 아래였던 신시네티 레즈에서 고의로 패하게 된다. 다음해 승부조작혐의로 8명의 선수가 기소가 되었고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게네소 랜디스라는 커미셔너가 직권으로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를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영구 추방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 선수 중 한명이 맨발의 조 라고 불리던 조 잭슨이다. 그는 문맹이였기 때문에 계약서에도 X라고 사인을 하는 사람이였는데 모의를 한 선수들이 내민 연판장에 영문도 모르고 X자를 표시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추방이 된 것이였다. 시카고 컵스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렇게 억울하게 추방된 잭슨의 저주 때문이고 보는 것이다.

또다른 저주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관계가 있다. 이 팀은 48년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해 보지 못했다. 클리브랜드의 팬들은 그 이유를 ‘와후의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클리블랜드가 팀 로고로 사용하는 것은 인디언 추장 와후인데 그가 저주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이 로고를 바꾸지 않으면 결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 이다.

30개의 팀이 있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한 번도 우승해 보지 못한 팀이 있을 정도이니 오랬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실제로 앞에서 이야기 한 팀들 외에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어츠는 50년, 박찬호가 있는 택사스 휴스톤은 창단 후 지금까지 43년간 그리고 휴스톤 아스트로스는 역시 창단 후 42년가 우승하지 못했다. 이 팀들의 연고지 팬은 모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기를 바랄 것이고 우승을 못할 경우 나름대로의 원인을 찾게 된다.

이와 같이 스포츠의 세계에는 유난히 이러한 징크스 또는 저주와 같은 현상이 많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귀인(attribute)이다. Heider에 따르면 귀인은 행위의 지각자가 그 행위의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것이라 하였다. 즉 우리는 행위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판단함으로서 마치 우리가 세계를 파악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우리는 원인을 찾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아침을 먹는데 음식 맛이 없으면 실제 음식 맛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혹은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만약 몸이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하면 감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혹은 어젯밤에 너무 늦게 자서 그런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진다. 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지 못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서 나름대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기가 경기를 보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진다는 말도 안되는 듯한 원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귀인이 중요한 것은 어떤 대상에게 원인을 돌리던지 간에 한번 귀인이 일어나면 그것은 이후 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자기가 경기를 보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진다고 생각한 사람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지 않으려 한다. 마찬가지로 징크스에 시달리는 메이저리크의 아구팀의 팬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원인에 맞는 처방을 내놓는 것이다.


또 한가지 저주나 혹은 징크스를 가진 팀이 왜 저주를 깨기 힘든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학습된 무력감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학습된 무력감은 실패를 반복해서 학습할 경우 나중에는 성공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것을 시도하지 않으려는 것을 말한다. 곡마단의 코끼리들을 보면 다리에 아주 가느다란 사슬만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성인 코끼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것을 쉽게 끊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코끼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가느다란 쇠사슬을 끊을 수 없는 어린 시절에 코끼리는 도망을 가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하지만 도망을 갈수 없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결국 나중에는 도망을 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큰 작용을 하는 것으로 성공의 경험을 들 수 있다. 징크스나 혹은 저주를 가지고 있는 구단들은 수십 년 이상을 우승해 보지 못한 팀이다. 다시 말해서 성공을 해본 경험이 매우 적은 팀이다. 그러다 보니 이 팀은 일종의 무력감 즉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학습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것이 선수 구성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가 나오게 되고 이런 실수는 또 다시 저주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강화하게 된다. 말하자만 실패의 악순환이 반복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유사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주 운동경기를 하는 친구 중에 자주 역전을 통해 이겨본 친구와 경기를 할 때는 현재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야구경기에서 자주 하는 말 중에서 야구는 9회말 2아웃 이후부터 라는 말이다. 언제라도 뒤집어 질 수 있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력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성공의 경험이 적은 팀은 즉 징크스와 저주에 시달리는 팀은 그런 뒤집기의 경험이 힘들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이번에도...”라는 생각을 가지고 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 삭스의 우승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선수들은 팬들은 “우리라고 왜 안돼(Why not us)”라는 셔츠와 플랙커드를 들고 경기에 임했다. 자신들을 누르고 있는 부정적인 사고의 힘을 긍정적인 행동을 통해서 극복해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저주가 풀렸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번 월드 시리즈에서는 보스턴 레드 삭스가 4승을 연속해서 했기 때문에 징크스와 저주가 작용할 기회가 없었다. 만약 이번 시리즈가 7차전 까지 가는 팽팽한 접전 이였다면 물리적 실력이 유사한 두 팀간의 승패는 외적인 실력보다는 앞에서 이야기한 심리적 요인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진정으로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7차전까지 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보스턴 레드 삭스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경험을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