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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또 다른 나를 키워보자

생활과 심리학 2011. 6. 30. 17:51


내안의 또 다른 나를 키워보자(2006/06/06 21:31)

어느 날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아는 척한다. 친구는 내가 기억이 없는 사건을 끄집어내면서 나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나의 입에서 술냄새가 나면서 숙취를 느낀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다중인격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이후 다중인격을 다룬 주제는 대중을 사로잡았으며 소설 이외에도 이를 주제로 한 영화는 제목만 나열하려고 해도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다중인격을 주제로 하고 것들은 대부분 다중인격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몇 가지 영화를 보면 어머니의 인격이 아들에게 포함되어 아들의 성적인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의 싸이코, 정신과 전문의의 신체 속에 여성의 인격과 남성의 인격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어 남성의 인격이 성적인 느낌을 가지면 여성의 인격이 등장하여 상대여성을 살해한다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드레스드 투킬, 살인을 하고 살인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하여 어린시절 학대로 인한 다중인격에 탓을 돌리고 있던 프라이멀 피어,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였던 장화홍련 까지 대부분의 다중인격을 다룬 영화들은 다중인격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잘못된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것에 세뇌가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중인격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 역시 그렇게 호의적인지는 않다. 게다가 우리사회는 처음과 끝이 같아야 함을 강조하며 주위의 사람들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할 경우 그것을 두고 안주거리로 삼아서 즐기는 습관까지 있지 않은가?

실제 다중인격자 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나는 이브(I'm Eve)라는 책을 써서 유명해진 크리스 시즈모어(Chris Costner-Sizemore)일 것이다. 그녀의 담당의사가 그녀에게 나타나는 세 가지 인격 대하여 기술한 "이브의 세 얼굴(The Three Face of Eve)"이란 책은 1957년 영화로 만들어져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담당의사는 그녀가 어린 시절 3달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의 죽음을 목격하고 또 큰 사고를 겪어서 격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중인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진단하였다. 그러나 이후 그녀가 직접 쓴 책을 보면 그녀는 거의 20가지 이상의 인격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고 3개의 자아가 집단을 이루어 동시에 존재하였으며 그 세 가지 자아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치료의 과정에서 어떤 자아는 자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유서를 쓰기도 하였다.

전문가들은 다중인격과 같은 장애는 극심한 심리적 자극이 주어진 경우에 주어지는 경우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전쟁과 재난과 같이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혹은 이혼과 부부싸움, 배우자의 사망과 같은 극단적인 심리적 상처를 받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심리적 충격이 있을 때 일반적인 자아방어기재로는 감당하기가 힘들어지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비상적으로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인격은 원래의 인격과는 독립적으로 독자적인 기호를 가지는 경향을 가지게 되며 통상적으로는 정반대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조용하고 수줍은 경향을 지닌 여인이 또 다른 인격에서는 정반대로 술집에서 남자를 사냥하는 엽색행각을 벌이기도하고 예의바르고 준법정신이 철저한 남자가 다른 인격에서는 공격적이고 엽기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와 같은 다중인격은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그러나 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다중인격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각각의 장면에서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는 강력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야 하고, 집에서는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대해주어야 하며, 아내에게는 동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정체성을 유지해야한다는 압박 때문에 각 상황마다 동일한 행동양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처럼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인격을 유연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갈등으로 삶이 힘들게 된다.

예를 들어 젊은 여자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을 느꼈다고 하자. 이런 경우 대부분 우선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자신은 젊은 여성으로서 소리를 지르면 창피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기 보다는 피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도 일종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사실 이 방법은 결코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성 추행범은 이와 같이 피하는 행동을 하는 피해자를 만날 때 더울 자신감을 얻고 계속해서 추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때 필요한 것은 전사로서의 다중인격이다. 이때는 자신을 몸을 유린하고 있는 상대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에서 고객을 상대할 때라면 고객을 상대할 때는 고객을 담당자로서의 인격을 드러내어 움직이면 된다. 또한 부하직원을 대할 때는 리더로서의 인격을 드러내면 된다. 가장 훌륭한 연기자는 맡은 배역에 몰두에서 자신을 버리고 배역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통제력이 없는 상태의 다중인격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적절한 통제력만 가질 수 있다면 상황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인격을 창조하고 적절히 사용할 수 만 있다면 상대와 자신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참고로... 균형된 시각을 가지기 위하여 한가지 첨언을 한다면... 다중 인격으로 진단되는 사람의 비율이 문화권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다중인격에 대하여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문화권에서는 정신과 의사들도 다중인격으로 진단하는 비율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문화권에서는 다중인격으로 진단받는 사람의 비율이 극도로 낮다. 물론 어떤 학자들은 다중인격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결과는 거짓으로 다중인격인척 하는 사람과는 다른 양상(다중인격의 경우 활성회되는 뇌의 부위가 완전히 다르다)을 보인다는 주장을 한다. 어찌되었던 다중인격이 실제 존재하는지 아니면 어떤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문화적 풍토병(?)인지는 아직 논란 중이라는 점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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