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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보다 전문가가 편하다?

생활과 심리학 2011. 6. 30. 16:39

전문가와 공무원(2005/04/19 21:45)

얼마 전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분으로부터 “전문가들은 좋겠어요? 매번 새로운 것 안 배워도 되고... 바뀐 것 조금씩만 보충하면 되잖아요” 라는 말을 들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릴까 의아해 했더니 바로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들이 금방 그 일을 배우지 못하잖아요. 일반 행정을 하는 우리 같은 공무원은 누구나 금방 배워서 일을 할수 있어서...”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 자리에서는 “그런가요”하고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이 후에 생각해 보니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 했다.

음식점을 한번 생각해 보자. 수많은 중국음식점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주방장들이 있다(오해는 하지 마시라. 주방장을 절대 폄하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나 “자장면”, “짬뽕(정확히는 초마면)”, “볶음밥” 그리고 “탕수육” 같은 것을 만들 줄 안다. 심지어 몇몇 음식은 금방 배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 사이에는 엄연히 실력차이가 존재한다는 어떤 중국집은 손님으로 미어터지는 반면 어떤 음식점은 파리만 날리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방송에서 음식점을 취재하여 보여주는 곳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일반적은 것을 가르쳐 주면서 결정적인 장면에 가면 “이 부분은 비밀입니다” 또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알려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노하우”라고 한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노하우를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이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의 차이를 “손맛”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말이나 글로 분명하게 드러낼 수 없는 형태의 지식을 묵시지(tacit knowledge)라고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묵시지는 환경이나 매체의 도움 없이 공식적으로 가르침을 받거나 언어화 되지 않고 실제 경험을 통해서 획득되는 어떠한 과제, 또는 직무에 대한 실제적 해결방법을 말한다. 이 지식은 개인의 일상적인 의식에 속하지는 않지만 필요할때는 자동적으로 사용되어 지는 것이다. 이러한 묵시지는 도처에 널려 있으며 매우 중요한 지식이다. 이에 비하여 언어로 분명하게 기록된 지식을 형식지 혹은 명시지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형식지는 언어로 표현가능하며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지식이다. 이의 예로는 서류, 매뉴얼, 제품사양, 공식, 화학식,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 있다. 이는 학교나 연수원 같은 교육기관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지식의 전형이다. 이런 명시지는 여러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또 계속 만들어 지고 있다. 아마 “일반 행정을 하는 우리 같은 공무원은 누구나 금방 배워서 일을 할수 있어서..”라고 할 때 행정은 명시지의 관점에서의 행정을 말한 것 같다. 요즈음 중요성을 부각되고 있는 고객관리라면 “고객관리 매뉴얼”이 명시지가 될 것이며 의전절차를 담고 있는 매뉴얼, 시험 실시와 관련된 매뉴얼, 평가센터를 운용하는 매뉴얼 등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시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묵시지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매뉴얼이나 처리지침이 있지만 그것이 모두 담을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이를 유연하게 잘 해결하는 능력이 더 요구 되는 시대이다.

지능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심리학자인 Sternberg는 명시적으로 가르쳐 지지도 않고 많은 경우 언어화도 되지 않는 묵시지가 실제 세계에서는 성공의 기초가 된다고 하였다.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묵시지는 학교장면 외의 직무 장면에서 전통지능보다 더 나은 예측력을 보여주고 있다. 즉 전통적 지능의 개념은 공식적 교육장면을 벗어난 개인의 학교생활이나 학습장면,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직무성과를 예측하는데 문제가 있었지만 묵시지는 자신이 처한 장면에서 객관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개인들일수록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앞에서 말한“일반 행정을 하는 우리 같은 공무원은 누구나 금방 배워서 일을 할 수 있어서...”란 말은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분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지식을 보는 관점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지식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분명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점수로 나타낼 수 있거나, 학위나 혹은 자격증과 같은 것으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정말 지식은 이러한 명시적인 측면 보다 묵시적인 것이 더 효용을 발휘할 수 있다. 묵시지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사면 인사 조직이면 조직과 같은 한 분야의 업무를 계속해서 이를 내면화(internalization)할 때 이러한 묵시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 과정이 명시지에서 묵시지로의 변환이라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업무가 몸으로 체화(embodiment)된 묵시지를 가진 사람이 진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묵시지도 자꾸 정리를 하고 글로 남기다 보면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것을 자꾸 공동의 경험으로 바꾸려고 노력을 하고 표출하면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묵시지와 결합을 하게 되어 더 나은 묵시지가 만들어 진다. 물론 묵시지가 명시지로 변환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가지게 되어 지식의 폭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조직은 개인이 관심을 가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거나 혹은 개인의 묵시지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묵시지가 창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좋은 묵시지를 제공하고 이를 활성화 하는 사람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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