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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었던 자의 분노

생활과 심리학 2011. 6. 30. 18:02

말할 수 없었던 자의 분노.(2007/04/24 13:14)


조승희!  말할 수 없었던 자의 분노.

어린 시절의 그를 알던 많은 사람들은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전해 듣고 대단히 놀랐다고 한다. 말이없고 조용하며 수줍음을 잘타던 애가 32명이나 되는 사람을 살해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가 없었다고 한다. 언론에선는 이사람의 범행이 치정관계 때문에 생긴 것이라 추정을 하지만 그 것으로는 이 결과를 설명하기는 너무 어렵니다.

생존자들이 전하는 현장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조승희는 감정적으로 흥분된 상태같이 보이지 않았으며 도리어 침착하고 여유있는 모습이였다고 한다. 그는 희생자들을 권총으로 위협하여 일렬로 세운 후 처형하듯이 총을 발사하여 희생자를 죽이기 까지 하였다.  또 첫번째 범행을 저지른 후 비디오 테임과 사진 그리고 자신의 심경이 담진 메모까지 방송사로 보냈다고 한다. 방송사로 보낸 자료에는 범행직전 자신의 사진과 범행의 동기가 될만한 부자에 대한 분노등을 적어놓은 글이 포함되어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 중 한정인 22구경 발터 권총은 2월 9일 전당포에서, 그리고 주로 사용된 무기인 글록은 3월 16일  로어노크 무기상점에서 구입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버지니아 중의 무기관련 법을 정확히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구입한 총기는 일련번호를 모두 지우고 사건당일은 신분증까지 휴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전하고 있는 조승희에 대하여 정리해보면  그는 어린시절부터 말이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였으며 8살때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부모는 아이들을 돌 볼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인간관계의 면에서 보면 이민을 와서도 내성적 성격 때문에 다른 아이와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냈으며 인터넷에서 만난 여자의 집을 직접찾아가서 놀란 여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소위 스토킹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스토킹은 한번 이상이였던 것으로 보이며 그 일로 보호조치 및 상담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즐겼으며 그가  습작으로 구성한 시나리오도 의붓아버지를 전기톱과 망치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폭력적이고 기괴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그는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상상 속의 여자친구를 만들어 두고  그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많은 경우 우울증이 실제는 분노를 느끼는 대상에게 제대로된 분노를 표현하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가면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하지 못하는 미국의 주류사회에 대하여 분노를 느꼈을 것이고 그것은 우울증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상상의 친구를 두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보이는 사고의 특징이다. 미국 Oregon대학의 Marjorie Taylor 교수(2004)에 따르면 어린이의 약 65%정도가 상상의 친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중 3분의 1은 7세 정도까지 상상의 친구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이 이런 상상의 친구를 만드는 것은 무료함을 달랠 수 있고 또 골치아픈 일을 이야기 할 수 있으며 신경쓰이는 일을 상담할 수 있기 때문이라 본다.  그러나 아무리 늦어도 상상의 친구는  15세 정도가 되면 사라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23세의 조승희에게 상상의 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의 발달단계가 미숙한 상태임을 알려 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조승희는 자신의 분노에 대한 원인을 찾았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그 원인을 자산에게서 찾기 보다는 타인에게 돌리면서 그들에 대한 분노를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이런 판단이 들면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기 위하여 상상을 동원하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에너지가 내부로 집중되기 마련이고 이런 에너지를 이용하여 상상 역시 세부적이고 치밀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정신분열을 보이는 환자들 중 일부가 보이는 망상은 세부묘사가 너무나 치밀하여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망상이 아니라 사실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올 정도이다. 그들은 자신의 망상이 맞다는 전제하에서 하루종일 그 것을 맞추어 보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묘사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건강한 수준에서 충족시켜 주는 것은 개인의 안녕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의 안녕에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총기규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을 할 수는 없다. 앞에서도 말하였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대단히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총기든 무엇이든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것을 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도 소득에 따른 계층의 개념이 생기고 서로 소득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경쟁의 심화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며 이런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은 소위 성공한 사람에 대하여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형제와 자매가 없이 부모의 과도한 보호를 받고 자라난 세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얼마전 중국에서도 불평등한 사회에 복수하기 위하여 자동차로 베이징의 번화한 왕푸징 거리를 자량으로 질주하여 2명을 죽이고 6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 있었다.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우리나라에서도 91년 10월과 92년 8월에 여의도 광장에서 차량을 질주하여 아이들을 포함하여 각각 22명과 23명의 사상자가 난 사건이 있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역시 비슷한 범주에 속할 것이고, 서울에서 있었던 연쇄살인 사건 역시 사회적 불만과 관련된 범죄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조승희 사건에서도 그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여러가지 사건들을 통해 대학당국과 정신건강유관기관에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 한다는 명분으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주위의 사람들 역시 그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만 피해가 오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 행동을 취한 것이 이런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만약 그에 대하여  대학당국과 지역사회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면 이런 참극은 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물론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 만큼 개인이 가진 분노를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방법을 알지 못하여 욕구가 쌓이다보면 점차 임계점을 넘어 폭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에서는 직원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EAP를 도입하고 있다. EAP는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의 약자로 초기에는 종업원이 가진 알콜중독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막기 위하여 시작하였고 이 프로그램의 효과가 입증되자 점차 점차 범위를 넓혀나가기 시작하여 지금은 종업원이 가진 개인적 문제를 조직의 차원에서 해결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의 정서적 문제 부터 심지어는 자녀의 교육문제까지 도움을 주고 있으며, 투입에 비하여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어느정도 안정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Citizen Assistance Program 즉 CAP와 같은 것을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처음부터 국가에게 이 모든 부담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사회에서 어느정도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아니 혜택은 받지 않았더라도 불이익은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거나 어려운 사람들 도와 준다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 말자. 그것 보다는 나와 내가족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1편을 보면 스파이더맨은 자신에게 돈을 주기로 해놓고는 자신의 돈을 가로챈 흥행업자가 강도를 당하자 "이건 나와 상관 없는일"이라면 강도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강도의 총구에 아버지 처럼 생각하던 삼촌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우리도 스파이더맨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당신 무시하고 지나간 그 사람이 당신의 가족에게 총구를 겨누거나 차를 몰고 돌진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Taylor, M. (2004). Imaginary companions and the children who create them.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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