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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회의에서 부하직원의 행동을 조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생활과 심리학 2011. 7. 22. 17:09

당신은 회의에서 부하직원의 행동을 조각하고 있지는 않는가?(2006-08-14)

늦가을 무렵 사단장이 교체되었다. 따라서 전부대원은 사단장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고 부산을 떨었다. 사단장이 오기 하루 전 낙엽이 지저분해 보인다는 작전참모의 지시로 전 부대원은 밤새도록 낙엽을 쓸어 치웠고, 모든 사단 내에 낙엽은 전혀 없었다. 다음날 사단장이 부대에 왔고 같이 오신 사단장 사모님이 무심결에 한마디 했다. “ 여긴 낙엽도 하나 없고 무슨 부대에 이렇게 낭만이 없는데가 있어 " 그날 저녁 우리는 버렸던 낙엽을 다시 가지고 와서 사단에 골고루 뿌렸다.  – 어느 제대자의 군대생활 추억담에서 -

 
회의는 왜 하는가? 개인의 경험으로 볼 때( 다른 말로는 내 멋대로 생각할 때”), 회의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하거나 의견을 듣거나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 같다. 물론 회의에서 가장 최악은 관리자가 자신의 생각이나 혹은 더 상급자의 지시사항 같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하는 회의인데, 이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대부분의 조직에서 사라져 버린 구시대의 유물이다. 물론 지금도 이런 회의를 하고 있는 조직이 있다( 그런데 왜 내 가슴이 뜨끔하지). 두 번째 회의와 세 번째 회의는 사실은 큰 차이가 없다. 주된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오는가의 차이일 뿐 두 가지 모두 결국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필요한 회의를 할 때 조직의 리더들은 이 회의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원한다거나 혹은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회의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자주 나온다면 이런 소리는 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회의는 예상한 결론으로 달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니던가( 내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회의 생산력을 결정하는 것은 리더가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놈 어떻게 이걸 배웠을까?
심리학에서 조형(shaping) 이란 용어가 있다. 이것은 복잡한 행동을 학습시키는 방법 중 하나이다. 서커스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매우 복잡한 행동이 포함된 아주 멋진 묘기를 보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어떻게 저 어려운 것을 가르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한적이 있을 것이다. 동물의 지적인 능력의 한계 때문에 그런 복잡한 행동을 가르칠 때는 처음부터 그 행동을 가르치지 않는다. 목표되는 행동을 정해놓고 동물의 행동 중 그 행동과 가까운 행동이 나오면 먹이와 같은 보상을 주고 반대로 그 행동과 멀어지는 행동을 하면 보상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원하는 행동은 남겨두고 원치 않는 행동은 떼어버리는 방식으로 훈련을 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점차 목표된 행동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절차들이 마치 돌을 이용해서 조각을 할 때 필요한 부분은 남겨두고 불필요한 행동은 정으로 쪼아서 없애버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조형 이라는 용어를 쓴다. 물론 이런 조형절차는 사람에게 정교한 행동을 가르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에게 완벽한 타격 폼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코치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타격 폼이 목표가 될 것이고 선수의 타격이 그 타격 폼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칭찬을 하겠지만 반대로 타격 폼이 원하는 상태에서 멀어진다면 벌을 주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상적인 타격 폼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강사가 강의 중 어디에 서서 강의를 하게 할지를 수강생들이 조정 할 수도 있다. 원하는 쪽에서 가까이 갈수록 수강생들이 강사에게 집중하고 수업의 내용에 반응을 잘해준다면 강사는 이유도 모른 채 수강생이 원하는 자리에 서서 수업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도 조형이다.
 

그런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 회의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조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그 것에 대하여 리더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서 회의의 방향과 결과가 달라진다. 리더가 발표내용에 반색을 하거나 혹은 호응하는 태도를 보이면 그 아이디어와 가까운 아이디어들이 계속 쏟아진다. 반대로 리더가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무관심하다면 그 아이디어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디어란 것은 처음 나온 아이디어 그 자체로 기가 막히거나 멋진 해결책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 등장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것에 살을 붙이거나 그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또 다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의 아이디어에 대하여 평가가 이루어지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싹을 아예 자르는 것이다. 결국은 무난하고 리더의 생각에 맞는 회의결과가 나오고 마는 것이다리더는 자신도 모르게 부하직원의 행동을 조형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유도해 가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가진 조직에서는 리더가 가진 지적인 능력 이상의 아이디어는 결코 나오기 어렵다. 누군가 말했다.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릴 수 없는 것이리라고( 누군지 알겠죠!). 리더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할 수 없다. 하나의 머리 보다는 두 개가 나은 것이고 그것보다는 세 개의 머리가 더 좋다.

리더는 부하직원이 가진 아이디어를 최대한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중립을 유지하면서 자유 분방한 회의분위기를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는 결코 한두 번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견이 타인에 의해서 무시되지 않고 전체 아이디어의 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때 좋은 아이디어를 마음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수직적 수평적 의사소통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서 이룰 수 있는 있다. 리더는 자신의 말을 하기 보다는( 솔직히 회의 때 나는 이런 생각인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같은 소리는 정말 최악이다) 경청(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을 주로 해야 하며 경청하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신 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들에게도 경청을 어떻게 하는지를 훈련시켜 문화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의 맨 앞에서 쓴 글과 같은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이루어 지는 회의에서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결코 나올 수 없다. 여러분의 사무실은 어떤가를 잘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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