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매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7.22 죽은 천리마의 뼈를 사야하는 이유

죽은 천리마의 뼈를 사야하는 이유

생활과 심리학 2011. 7. 22. 17:14
죽은 천리마의 뼈를 사야하는 이유(2006-08-24)

얼마 전 영국 공무원의 채용제도에 대하여 공부하기 위해서 내각사무소를 방문하여 브리핑을 듣는 도중 장애인 고용과 관련하여 조금은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영국은 우리의 고시제도와 유사한 형태의 속진제(fast stream)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일정한 나이가 될 때 까지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후보자를 선발해서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빠르게 승진을 시켜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영국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을 하고 있으며 선발과정 역시 여러 단계의 혹독한 과정을 거친다.

속진제에 대한 브리핑 도중 장애인의 선발과 관련된 부분을 들을 수 있었는데 속진자(faststreamer)로 최종 선발된 사람 중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으며, 2006년을 기준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비교해 볼 때 비장애인의 합격률(3.7%)보다 장애인의 합격률(10.5%)이 더 높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난독증(dyslexia)을 가진 사람들도 최종 합격자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였다. 영국과 같은 소위 선진국에서 장애인의 고용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난독증을 가진 사람조차 속진자로 선발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물론 이들이 속진자 임용과정을 통과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능력있는 난독증 환자들이 지원 생각을 하였을 것이고 그 결과로 이런 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난독증은 다른 정신적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 장애로 단지 글을 읽는데 문제가 있는 일종의 언어장애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보이는 문제는 시각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낱말에서 음소를 구분하는데 문제가 있다. 어느 언어권에서도 난독증은 발생할 수 있지만 발음이 복잡한 영어권에서는 전체 인구의 5~10%정도가 이 증세를 가지고 있을 정도 흔하다(Newsweek 1994. 9.21). 난독증을 어린시절 발견할 경우 상당히 호전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지적 발달이 늦은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완치되는 비율이 낮다. 유명한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도 난독증이 있었고, 윈스턴 처칠, 레오나르도 다빈치, 토마스 에디슨도 난독증 환자이다. 또한 영화배우인 성룡과  톰크루즈 역시 난독증이 있었다. 특히 톰크루즈 는 자신의 영화대본을 읽지 못해서 다른 사람이 읽어주면 그것을 자신이 외우는 방식으로 일을 하였다고 한다. 방법만 적절하다면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유능함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분들 모두 난독증이란다.

 하지만 이런 난독증 환자들은 우리나라에서는 공개채용을 통해서는 결코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공개채용제도는 반드시 정해진 필기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인물이라도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무원으로 일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들 중 아인슈타인과 같은 인물이 있을 수 있고 처칠과 같은 인물이 있을 수 있다.

요즈음 공무원이 인기직종이라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람이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이들 대부분이 안정된 직장이라서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답을 한다). 따라서 안정된 직장만을 바라는 사람은 오지 못하게 하고 도전적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천리마를 구하고 싶은 임금을 위하여 신하는 죽은 천리마의 뼈를 비싼 돈을 주고 샀고, 이 소문이 퍼져 결국 원하던 천리마를 구할 수 있었다는 천금매골(千金買骨)의 고사는 인재를 구하고 싶어하는 연나라의 소왕(昭王)을 위하여 곽외(郭畏)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이 고사에서처럼 정말 필요한 인재라면 어떤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찾아내고 또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고 또 소문을 내는 것이 바로 인사부서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천금매골(千金買骨)

전국시대(戰國時代) 연(燕)나라 소왕(昭王)이 제위에 올랐을 때, 안으로는 내분이 있는데다 인근의 강국 제(齊)나라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소왕은 국력을 증강하고 제나라에 빼앗긴 영토를 만회하기 위해 인재를 등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좀처럼 훌륭한 인재를 얻을 수 없었다. 하루는 소왕이 곽외(郭?)를 불러 어떻게 하면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할 수 있겠는가 물었다. 곽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말을 좋아하는 임금이 있었는데, 그는 천금을 주고 말을 구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매일 불만에 차 있는 임금을 본 한 신하가 말하였습니다. '이 일을 신에게 맡겨 주십시오.' 임금이 그 일을 맡기자 신하는 천리마를 구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좋은 말을 찾았습니다. 막상 이 말을 사려고 했을 때 그 말은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5백 금을 주고 죽은 말의 뼈를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임금은 천리마의 뼈를 보고 매우 화가 나서 그 신하를 꾸짖어 말하였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 있는 말인데 너는 어찌하여 무슨 소용이 있다고 죽은 말의 뼈를 사왔느냐. 5백 금을 낭비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러자 그 신하는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전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5백 금을 낭비한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죽은 말의 뼈를 아주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 사람들은 전하를 진심으로 좋은 말을 아끼는 군주로 믿게 되어 반드시 좋은 말을 바치는 이가 있게 될 것입니다.' 과연 일년이 지나자 어떤 사람이 세 마리의 천리마를 임금에게 바쳤습니다." 

 곽외는 말을 이었다. "지금 왕께서는 천하의 인재를 모으시고 계시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천금을 주고 천리마의 죽은 뼈를 산다'는 '천금매골(千金買骨)'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천금매골이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모사 곽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소왕이 묻자 곽외는 대답하였다.   "지금 전하께서 천하의 인재를 모으시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저로부터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곽외는 웃으며 말하였다. "죽은 말의 뼈를 천금을 주고 샀다는 임금에 대한 소문이 천리마 세 필을 불러오게 하였다면, 전하께서 부족한 저부터 신임하여 우대해주셨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저보다 더 훌륭한 인재들이 모두 전하께 의지하러 오게 될 것입니다. 비록 신은 죽은 말의 뼈에 지나지 않으나 전하께서 저를 등용하여 천리마처럼 아끼신다면 사방에서 살아 있는 천리마들이 올 것임으로 굳이 각 지방으로 사람을 보내 인재를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곽외의 의견은 탁월한 것이었다.  소왕은 곽외의 말대로 그를 등용하고 극진히 대접하였다. 아울러 황금대라는 궁전까지 지어 인재를 모셔다 살게 했다. 이 소문이 퍼지자 천하의 인재가 모여들었다. 이때 모인 인재 중에는 제갈량이 인정한 지략가인 명장 악의(樂毅)도 있었다. 소왕은 국력을 증강하고 제나라를 공격하여 70개의 성을 빼앗는 등 원수를 갚았다. 

戰國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