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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닝 티셔츠와 공무원 시험

변화 2011. 7. 22. 18:33
컨닝 티셔츠와 공무원 시험(2008-04-07)

시험칠때 입는 티셔츠

미시간 공과대학에는 시험기간에 공식적으로 입을 수 있는 티셔츠가 있다. 이 티셔츠에는 공대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공식이 앞뒤로 빽빽히 적혀 있다. 친절하게도 이 티셔츠의 앞면은 입은 사람이 잘 볼 수 있도록 공식이 뒤집혀서 프린트 되어 있고 뒷면은 뒤에 앉은 사람이 보기 쉽도록 바로 인쇄되어 있다. 물론 이 공식들은 시험에 나온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공식 들이다. 그런데 왜 미시간 공과대학에서는 이 티셔츠를 공식적으로 입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을까. 이 티셔츠는 미식간대학에서 강의를 가장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학생들은 그를 교수계의 마이클 조던 이라고 부른다) 조벽교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 진것이다. 그가 이런 티셔츠를 만든 것은 대학에서 정말 배워야 하는 것은 이런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와 같은 문제 해결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처음 이를 만들었을때 학생들이 장난삼아 입고 다녔지만 결국 그의 생각을 이해한 대학 당국이 공식적으로 이 티셔츠를 인정하기로 한것이다. 

 

 공식이 적혀 있는 티셔츠



우리나라의 시험

그러나 우리의 시험은 어떤가? 불행히도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공식들을 모두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워야 하며 주변적이고 세부적인 지식까지 모두 달달 외워야 한다.  이런 방식의 공부를 통하여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어떤 선발과정을 통과하였다고 할때 우리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잃어 버린다. 그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영역에 대한 지적인 흥미를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그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어디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로 힘들지만 억지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통과를 하고 나면 더 이상 그 영역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공무원 시험

게다가  그렇게 습득한 지식은 선발 후의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 행정고등고시의 1차시험에서 지식을 평가한 시험을 본 적이 있었다. 이때 합격생들에게 합격 후 그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공부한 지식들이 업무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과목이 들어와서 일을 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답을 하였다. 특히 고등고시 1차시험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중요하면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이용하여 시험을 치를 경우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구분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상당수의 문제들이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부분에서 출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은 물론이겠지만 알고 있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는 부분까지 일일이 찾아서 외워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와 관련된 문제점은 고등고시 1차 시험에 PSAT가 도입되면서 상당수 해소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고등고시의 2차 시험과 7급, 9급 공무원을 선발하는 시험은 선발시 변별력 때문에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공식이나 지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공무원시험을 11개월 이상 준비하다가 실패하고 민간기업으로 취업하면 처음부터 바로 민간기업으로 취업한 사람들 보다 임금 수준이 더 낮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습득하는 능력이 기업에서 필요로하는 지식과 능력 개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오히려 이런 능력의 습득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한 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면 민간으로의 진출이 더 어려워지며 이런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소위 "공시족"의 양산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정부의 채용방식에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많은 부분에서 정부에서의 민간에서 하는 일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과 공직에 지원하는 사람이 준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수험생이 좀더 유연하게 직업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 채용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것을 물어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공무원에게 특정 학문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그 학문분야의 세부적인 지식을 다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신 공무원은 그 분야의 전문 혹은 전문적인 문헌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소양을 가지고 있어면 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방식이라면 그 분야의 전문가 혹은 그분야를 가르치는 분들 조차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처럼 큰 효과가 없으면서 수험생을 괴롭히고 우수한 인재의 공직 접근을 어렵도록 하는 방식의 시험은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식의 선발방법은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오랜시간이 필요한 시험준비가 낭비라고 여기는 전문가의 공직근에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부적인 지식 자체보다는 앞으로 이사람이 공무원이 되었을 때 과연 일을 잘 할 수 있을 지를 예측할 수 있는 평가방식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등고시 2차시험이라면 세부적인 지식이나 이론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실제 업문에서 주어질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 보게 하는 방식의 시험을 도입하는 할 경우 그 학문분야의 전문가라면 특별한 준비가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정상화

덧붙혀 이런 변화는 교육의 정상화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에서 변화가 이루어 지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교육과정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먼저 느끼고 교육과정의 변화가 이루어 진 후  그것에 맞는 시험을 보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먼저 시험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시험주도적인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만약 공무원 시험이 세부적 지식을 몽땅 외워서 통과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한다면 교육 역시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파급효과 역시 매우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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