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아들을 키운 위대한 아버지

어린이와 심리학 2011. 6. 30. 17:53

위대한 아들을 키운 위대한 아버지(2006/06/29 11:13)


부모들은 곧잘 아이들의 잘못을 발견하면 그것을 꾸짖거나 벌하려 한다. 또한 아이들이 속이려고 하면 그것을 찾아내서 꾸짖곤 한다.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능사일까? 다음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해 보자.

아룬 간디는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다. 그는 그의 할아버지를 존경했으며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랐다. 그러던 그가 아버지에게도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날 아룬의 아버지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아룬에게 15킬로미터 떨어진 사무실까지 차로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한참 운전에 관심이 있을 무렵이여서 아룬은 좋아라 하면서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사무실에 도착한 후 아버지는 그에게 “얘야 아무래도 차를 수리해야 겠구나. 차의 덜덜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걸.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수리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늦어도 다섯 시까지는 다시 사무실로 오너라”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다섯 시까지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시 외곽에 자리 잡은 정비소로 향했다.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그는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정비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정비사가 이미 차를 다 고쳤다고 하면서 차를 타고 가도 좋다고 하였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12시. 이 차를 다섯 시까지는 마음대로 몰고 다녀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갑자기 흥분이 되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즉각 차를 몰아 시내로 갔다. 그는 극장간판이 보이자 차를 세우고 영화표를 샀다. 그 영화관은 영화 두 편을 동시에 상영하고 있었다. 두 편을 다 보면 6시가 넘을 것이지만 한편만 볼 경우 다섯 시 이전에 아버지에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룬은 영화에 푹 빠져서 나머지 두 편을 연속해서 보고 말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나 벌써 6시 5분 이였다. 이런! 아룬은 극장밖으로 나와서 차를 급히 몰아 아버지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운전해 가는 동안 아룬은 어떤 변명을 할 것인지를 급히 생각해 보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무렵 이미 주위는 땅거미가 내려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무실 밖에 혼자 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의 차를 보는 순간 아버지의 얼굴에는 근심과 안도감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었다. 차를 내리자 마자 아룬은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라고 말했다.

“너한테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 않았나 걱정을 했단다. 무슨 일이있어냐?” 아버지가 묻자 “아버지 말씀도 하지 마세요. 정비사가 얼마나 실력이 없던지... 어디가 문제인지를 찾지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이제야 겨우겨우 수리를 마치고 곧장 왔어요. 전화라도 했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는 잠깐의 의아한 표정과 찌푸림이 스쳐 지나간 후 다신 침착한 얼굴로 돌아왔다. 아룬은 아버지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면서 딴전을 피웠다. 

“아버지 이제는 더 이상 차에서 소리가 나지 않을 거에요. 타세요, 아버지.”  아룬은 운전석에 올라않으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운전석에 앉지 않고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초조해진 아룬은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버지에게 탈 것을 재촉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였다.

“아들아, 차를 몰고 집으로 가거라. 나는 걸어서 가야겠다.”

“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못 들었느냐? 나는 집까지 걸어 가련다.”

아룬은 몹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거리가 15킬로메터가 넘고 그 것은 아버지가 걷기에는 너무 먼 거리 였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아룬은 울상이 되어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침착하게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나는 지난 17년 동안 너를 올바르게 키우고자 노력했단다. 그런데 너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구나. 나는 아버지로서 자격이없다. 어떻게 해야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집까지 걸어가야 겠다. 그리고 네가 거짓말을 할 정도로 내가 그렇게 나쁜 아버지 였다면, 부디 나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

사실 아버지는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아들이 걱정이 된 나머지 정비소에 전화를 걸어 전후사정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룬에게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걷기 시작하였다. 아룬은 천천히 차를 몰아서 아버지를 뒤따르며 차에 타고 가자고 울먹였지만 아버지는 잠자코 고개만 저였다. 그는 아들에게 조용히  했다.

“아니다, 아들아! 너 먼저 가거라. 어서 집으로 가거라”

아버지는 끝내 아들의 청을 거절했다. 그리고 천천히 밤거리를 걸어갔다. 결국 두사림이 집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다섯시간이 지난 자정 무렵이 되었다. 집에 도착한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당신이 아룬의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정신이 번쩍 나도록 회초리를 들었어야 할까? 아니면 용돈을 주지 않거나 외출 금지를 시켜야 했을까? 혹은 또다른 벌을 주는 것이 옳았을까?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결코 아룬 간디가 얻은 교훈을 얻지 못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아룬 간디는 아버지에게 얻은 교훈 때문에 그날 이후 일생동안 어떤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from

호아킴 데포사다․엘런 싱어 지음 정지영 역(2005). 마시멜로 이야기. 한국경제신문 58-66.

Joachim de Posada, Ellen Singer. (2005) Don't Eat the Marshmallow... Yet!. Berkley Publishing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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